먼저 조달청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자면 조달청은 수요기관을 대신하여 계약을 체결해 주는 기관인데, 이러한 계약의 경우 제3자를 위한 계약에 해당한다.
이러한 이유로 조달청은 계약의 체결 및 해제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고, 실제 계약의 이행은 수요기관의 납품요구와 조달기업의 납품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계약의 체결과 이행이 이원화되어 운영되는 이유로 최종 납품 시 수요기관에서 현장의 여건에 맞추어 규격과 다르게 또는 동등이상의 제품 납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조달기업이 발주자인 수요기관의 요구사항을 거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계약자의 입장에서는 계약이행 과정에서 수요기관의 요구에 맞추어 계약이행을 완료하였는데 추후 민원이나 감사에서 규격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달청에서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의 ‘계약을 이행할 때 부정한 행위를 한 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계약자로서는 경우에 따라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수요기관의 요구대로 해 주고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받는 것은 억울할 수도 있는 일이다.
조달청은 공정한 입찰제도와 입찰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수요기관과 조달기업간의 무분별한 계약변경행위(계약내용과 상이한 계약이행)를 예방하고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갑을 관계에서 절대적 약자에 해당하는 ‘을’의 위치에 있는 조달기업을 수요기관의 횡포와 갑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조달기업과 수요기관간의 계약이행과정에 개입할 필요도 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인해 조달청은 일정한 요건과 절차를 거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규격을 변경하여 납품하는 것을 규정을 정하여 허용하고 있다. 조달청은 「물품 다수공급자계약 특수조건」 제25조(납품요구의 취소 또는 변경) 통해 일부 변경이 가능한 사례를 명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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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계약규격은 조달청과 다수공급자계약을 통해 나라장터종합쇼핑몰에 등록된 규격을 말한다. 이 경우 2단계 경쟁 회피 또는 타사와의 불공정 경쟁 등 부정한 행위로 본다.
이와는 별개로 우수제품에 대해서는 조달청 「물품구매(제조)계약추가특수조건」 제24조(납품시 준수의무 등)에서 우수제품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경미한 외형이나 재질의 변경은 조달청과의 협의를 통해 규격 변경이 가능함을 설명하고 있다. 다만, 우수제품 지정시 적용된 기술과 관련된 사안은 별개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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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권익위2020-21227(부정한 행위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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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18.11.29. 2018두 49390(재량권 범위의 일탈·남용으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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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권익위2020-14293(청구인의 주장을 일부 인용하여 처분을 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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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상황을 가정해보기로 하자.
수요기관의 요청에 의해 우수제품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우수제품 납품이 이루어졌는데 단순히 서면으로 요구하지 않았고 조달청과 먼저 협의하지 않고 납품하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 부정당제재를 하는 것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규정상의 문구에 얽매여 단순히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부정당제재를 가하는 것은 재량권 일탈 남용 또는 비례원칙 위반의 소지가 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은 이러한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하는 것은 감사의 부담과 위험이 너무 크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제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고 조달기업은 소송으로 구제받으라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로 인해 조달기업들은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는 상황이다.
다행이 조달청은 계약심사협의회라는 매우 훌륭한 심의 결정기구를 두고 있다. 조달청의 각 국장, 법무팀장 등이 참여하여 부정당제재 사안에 대해 개별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토론을 통해 제재여부, 제재정도 등을 결정한다. 개별 공무원들이 하기 힘든 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조달청 계약심사협의회에서 보다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과 부정당제재의 근거, 필요성, 제재정도 등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과 판단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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